언젠가 내가 만나게 될 당신에게

지금 무얼 하고 있나요. 당신의 달력은 어떤 숫자를 말하고 있을까요.
나를 기억하나요. 쉴 틈 없이 흔들리고 흔들리고 흔들렸던 나를.
언젠가부터 나는 당신에 대해 아무런 걱정도 기대도 없이 살고 있어요.
미안해요, 나는 당신을 위한 준비를 놓아 버렸어요.

만약 이걸 읽는다면 그래도 당신은 나를 놓지 않고 견뎌 낸 후겠지요.
이걸 쓰던 날을 기억하나요. 서른 다섯의 나는 혼자라는 사실이 무거워 이렇게 당신에게조차 투덜거리고 있어요.
사람들은 결국 나를 떠나고 그 많은 시간들이 나를 여기에 남겨 놓았어요.

사실은 내게 과분한 좋은 사람들이 여기 머물고 늘 그렇게 곁을 지키며 어쩌면 나 대신 나를 당신에게로 끊임없이 데려다 주는 거겠죠. 욕심 많은 나는 그저 잘 볼 수가 없는 거예요. 사라지는 것들에만 지독히도 마음을 내주고 있는 거예요. 뒷모습과 작별, 눈물 같은 것들에만.

아직도 노래를 부르고 있나요. 새벽이 전해 준 단어들을 적고 그걸 다시 귀로 듣기 위해 밤새 기타를 안고 시간을 잊는 일을 계속 하고 있나요. 하면 할수록 전에 없던 더 크고 깊은 고독을 맞닥뜨리고 마는 멍청한 나는 그래도, 당신이.
모든 것이 변했고 어느 것도 붙잡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것만큼은, 노래만큼은 지금의 나보다 더 사랑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에는 여러가지 사랑이 있을 거예요. 내가 아는 사랑은 지금은 다 숨어 버렸어요.
그러니 당신이 좀 찾아 주었으면 해요.
내가 어렸고, 내가 틀렸다고 말해 주세요.

행운을 빌어요.
이렇게 수 년 전부터 당신에게 부탁한 나를 위해.
살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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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성탄절 효리식당 '문학의 밤'에서 나에게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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