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도망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게 뭐예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아직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이 많지 않아서, 대답할 때마다 어떻게 지어 내면 그럴싸할까 하는게 사실이다. 자기 전에 누워서 이어폰을 꽂는다. 그러면 나는 곧 조금 다른 차원으로 갈 수 있다. 드러내면 환영 받지 못할 슬픔과 어리석은 어제 일들로부터 도망을 갈 수 있다. 차를 타고 멀리 갈 때나, 상실감이나 공허함에 겨울 때에도, 음악을 들으면 반드시 도망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내 목소리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노래를 쓴 건 새로운 도피처 하나를 더 마련한 기회였다. 노래를 만들긴 하지만 누구를 위해 한게 아니고 나 좋으려 한 것이라 자신 있게 '듣는 분들이 어떻게 느꼈으면 좋겠어요'와 같은 이야기를 잘 못한다. 구체적인 이야기도, 용감한 이야기도 못하고 그저. 쓰면서 도망치고, 들으면서 도망치고, 부르면서 도망치고. 그렇다, 나는 겁쟁이다. 아주 작게 욕심을 부려 본다면 누군가가 나와 함께 도망치면 좋겠다. 다시 돌아올 거니까 잠깐 도망쳐도 되잖아. 떠나 있는 동안 바뀌지 않고 끝내 다시 짊어져야 할, 각자에게 주어진 광활하고 잔인한 삶을 위해서라도 그러한 작고 누추한 도피처가 되고 싶다, 라고 하나 또 지어 냈다. 이렇게 살아도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덜 잘못하고 덜 상처주는 그런 유익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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