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어울리지 않게 맛집에 대한 블로그를 열심히 쓰고 있게 되다니 어색하다. 게다가 연달아 세 편째. 단지 이제 홍대를 떠나게 되어 아쉬운 마음에, 그리고 밤이 깊어 출출하여 지난 음식 사진들을 들춰본 김에- 라고 하자.








(그리고 근래 '고독한 미식가'라는 일본 드라마를 두세 편 보았는데 참 별 이야기 없이 음식에 그리 집중하는 모습이 새삼 부러웠다. 크큭- 매사 쓸데없이 고민이 많아 고민인 나도 먹을 때 만큼은 단순해져야겠단 결심(?)도 들면서)
스시마루는 작년 11월쯤 오픈했다고 들었고, 사실 듣기 전에 그 앞을 지나다 얼핏 보고는 '깔끔하게 차려놓은 초밥집이네' 하고 지나쳤다가 나중에 다시 찾아가 본 곳이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402-6
예약: 02-322-9100
지난 연말부터 내내 스시가 먹고 싶어 어느 금요일 점심때 전화를 걸어 미리 저녁 예약을 해두었다. 검색해 보니 저녁 코스는 A(3만원 - 내가 먹은 것), B(4만원), 오마카세 스시코스(5만원), 오마카세 사시미코스(5만원) 네 가지.

아름다운 스시를 잠시 감상하세요 ^_^
첫 방문이라 A코스를 주문하고, 사케도 한 병 시켰는데 납작하고 파랗고 (잔인 줄 모르게 생긴ㅋ) 예쁜 잔이 나왔다.

음식 맛도 좋고 술 맛도 좋고-

초반에 사시미 두어 조각도 주셨다. 스시 이름도 하나 하나 말씀해주시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 외에는 전부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전부 맛이 좋았다는 사실은 기억이 난다. 하하하

연어를 좋아하고 쫄깃한 흰살 생선이나 관자도 좋아하지만, 이 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위의 두 가지, 생굴과 고등어
굴은 어렸을 때는 먹지도 못했는데 20대 이후로 점점 먹게 되더니 지금은 꽤나 좋아하게 됐다. 미국에 있는 동안 서양식 Sea Food Buffet의 토마토 소스와 레몬을 뿌린 조화도 좋았고, 한국식으로 초장을 찍어 먹거나, 그 스리라차 소스를 넣어 만든 Oyster Shooter도 먹을 만 하다.
이 날은 라임. 다른 것 없이 라임만 뿌려서 먹었는데 참, 살짝 톡 쏘면서도 단정하게 상큼했다.
고등어 스시는 평소에 개별 주문을 할 때는 잘 안시켜 먹는 것이지만 있으면 또 잘 먹는다. 제주도에서 고등어 회 먹었던 추억도 생각나면서 그 자태를 감상하고 있는데, 쉐프님이 사진에서 보이듯 반투명한 무엇인가로 이불을 덮어주는 것이 아닌가? 양념에 절인 다시마인가보다.
앗. 다시마. 고등어. 달콤. 짭쪼름. 부드러움. 같이 씹으니까 씹는 재미에 맛도 어울렸다.

사케 한 병으로는 부족해 소주 한 병 추가
코스 A가 제일 저렴해서 양이 어느 정도 될지 몰랐는데, 꽤나 배불리 먹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맛있게.

코스가 참 마음에 들었던 게 중간중간 내주시는 사이드 요리들도 정갈하고 맛나서였는데, 스테이크와 말고기 육회, 나중에는 소면도 말아서 주셨다. 얌얌-
(사진을 다 찍은 게 아니라서, 스시도 몇 가지 사이드 요리도 몇 가지가 더 있었고)

막바지에 더 필요한 게 없냐고 물으셨을 땐 배가 이미 불러서 없다고 했다가, 저 시소(깻잎같은 것)말이 스시를 먹고 갑자기 이카와 시소를 함께 만 것이 먹고 싶어 쉐프님께 부탁했더니 만들어주셨다. 숙성이 덜 되어 오징어가 약간 질길 수 있다고 친절히 귀뜸도 해 주셨다.

막바지에는 구운 떡을 김으로 싸서 쫄깃쫄깃 뜯어 먹고는 달콤한 디저트로 막을 내렸다. 만족스러운 여정이었다.
음식을 워낙 천천히 먹는 편이라 거의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먹을 때는 속도에 신경이 쓰이데 이렇게 코스를 먹을 때는 누구와 먹든 같은 속도로 느긋할 수 있어서 좋다. 가끔 찾아가서 느릿느릿 얘기 나누며 즐기고 싶다.
at 2012/01/29 02:37
